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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나무 먹을 수 있을까?

임고서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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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금요일, 막내딸이 귀뚜라미 장학금을 받으러 임고서원에 가는 길이었다. 평소에도 여러 번 지나던 곳이었지만 그날은 서원 앞을 지나는 순간, 그동안 유독 눈에 들어오지 않던 거대한 은행나무가 갑자기 시선을 사로잡았다. 집 근처에도 큰 나무들이 많아서인지 늘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행사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마주한 은행나무는 사진으로는 절대 표현될 수 없는 웅장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나무의 키와 밑동의 넓이가 압도적이었고 오랜 세월을 버틴 듯한 굵고 거친 줄기에서는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행사를 마치고 사진을 찍어보려 했지만 마침 고택음악회 촬영 준비 때문인지 주변에는 촬영 장비와 커피차, 간식차 같은 시설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그 장비들 사이를 피해 각도를 잡으며 찍느라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본 그 장엄함은 어떤 사진으로도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특별했다.

임고서원 은행나무
임고서원 은행나무

임고서원은 조선 중종 29년, 1534년에 세워진 서원으로 포은 정몽주 선생의 학문과 절의를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리고 그 서원의 중심을 오랜 세월 지켜온 나무가 바로 수령 약 500년으로 알려진 이 은행나무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서원을 건립할 때 함께 심어졌다고 하며, 마을의 정기를 지키고 서원의 기품을 세우기 위한 신목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 이 나무는 단순한 그늘 나무가 아니라, 학덕과 절개를 상징하는 특별한 존재였던 것이다.

임고서원 은행나무가 유명해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수령 500년을 버틴 노거수라는 점, 그리고 높이가 25m 이상에 줄기 둘레만 6m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한 크기가 한눈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준다. 이 역사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경상북도 기념물 제115호로 지정되었으며, 매년 가을이 되면 가지마다 황금빛 은행잎이 쏟아져 장관을 이루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을이면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 밤이 되면 조명까지 켜져 마치 황금 폭포가 내려오는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옛날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수호목으로 여겨 마을의 잡귀를 막고 재앙을 막아주는 존재로 믿었으며, 금줄을 치고 제사를 지내던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은행잎이 언제 떨어지고 얼마나 오래 남아 있는지에 따라 그해 겨울의 길흉을 점치기도 했으며, 과거를 준비하던 유생들은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거나 마음을 다잡으며 공부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 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마을과 서원을 지켜온 정신적인 상징이었다.

현재 나무의 넓게 퍼진 가지들은 사방으로 우산처럼 펼쳐져 독특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는 주변에 경쟁하는 큰 나무가 거의 없고 햇빛이 충분히 들어오는 환경, 그리고 오랜 세월 가지치기를 최소화해온 영향이 합쳐져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습이다. 지금은 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가지마다 지지대를 설치해 두었는데, 이는 나이가 많은 나무가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돕기 위한 보호 장치이기도 하다.

낮에 보면 웅장하고 깊은 품을 가진 듯한 기품이 느껴지고, 밤이 되면 조명에 비친 은행잎이 황금빛으로 빛나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같은 나무인데도 시간에 따라 이렇게 두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임고서원 은행나무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막내딸의 장학식이라는 기쁜 날, 우연히 다시 바라보게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알고 보니 500년 동안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살아있는 역사였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도 어떤 날에는 마음에 깊이 새겨지고, 그 존재가 새삼스럽게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는 임고서원 은행나무가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임고서원 은행나무 밤풍경
임고서원 은행나무 밤풍경

임고서원 은행나무 

  • 수령: 약 500년
  • 종류: 은행나무(Ginkgo biloba)
  • 위치: 경상북도 영천시 임고서원
  • 지정: 경상북도 기념물 제115호
  • 높이: 약 25m 이상
  • 둘레: 약 6m
  • 유래: 조선 중종 29년(1534) 임고서원 건립과 함께 식재된 것으로 전해짐
  • 상징성: 서원의 정기(正氣)를 잡는 신목(神木), 마을 수호목, 학문·절개의 상징
  • 특징: 사방으로 왕관처럼 퍼진 가지 구조, 가을철 황금빛 절경
  • 관리: 오래된 가지 보호를 위해 지지대 설치, 지속적인 노거수 관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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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은행나무의 약용 가치은행나무는 가을 단풍으로만 유명한 나무가 아니라 예로부터 약용으로도 쓰여 왔습니다.잎 (은행잎)성분: 플라보노이드, 테르페노이드 → 항산화 작용효능: 혈액순환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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