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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나무 먹을 수 있을까?

코스모스 (C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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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올 한 해 포도 수확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포도 가격 폭락으로 인해 오로지 경매장에 의지해야 했던 탓에 그 과정은 참으로 힘들고 고된 시간이었답니다.

매일 어두운 새벽에 작업장으로 나가고 다시 어두운 밤에 집으로 들어오다 보니 집 앞에 활짝 핀 꽃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수확을 마친 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올해 포도 농사는 여러모로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또 내년을 위해 새 마음을 다잡고 더 좋은 포도를 키우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기쁜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어 코스모스를 담아보았는데 제가 제법 잘 찍은 것 같지요? ^^

이왕 사진도 남긴 김에 코스모스의 뿌리부터 품종 이야기 그리고 왜 식용으로 자리 잡지 않았는지까지 한 번에 정리해 볼게요

투톤코스모스
직접 찍은 사진

1) 코스모스 어디서 왔나?

우리가 길가와 들녘에서 흔히 보는 보통 코스모스는 Cosmos bipinnatus(코스모스 비피나투스)라는 종이예요. 원산지는 멕시코중앙아메리카로 알려져 있고 관상용으로 세계 곳곳에 퍼진 대표적인 가을꽃이에요.

이름 코스모스(cosmos)는 그리스어 κόσμος(kósmos)에서 온 말로 질서, 조화, 질서 정연한 우주를 뜻해요. 꽃잎 배열이 가지런해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2) 한국에는 언제, 어떻게 들어왔을까?

정확한 첫 입국 연도 문헌이 딱 박혀 있지는 않지만 국립생태원 외래생물 정보에는 도입시기: 1949년 이전, 도입용도: 관상용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이후 전국적으로 조경 가로변 논둑길 등에 널리 퍼지며 가을 풍경의 상징이 되었어요.

요컨대 한국에서 코스모스는 애초부터 보는 꽃(관상용)으로 들어와 자리 잡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흰색 핑크 코스모스
직접 찍은 사진

3) 다른 꽃에서 만든 신품종일까?

아닙니다. 코스모스는 원래 멕시코에 자생하던 야생종이 세계로 퍼진 뒤 그 안에서 색 모양을 다양화하는 품종 개량이 진행된 케이스예요. 즉, 장미·튤립처럼 전혀 다른 속의 꽃을 섞어 만든 게 아니라 Cosmos 속 안에서 선택 교배가 이루어진 거죠.

4) 계량(품종) 이야기—길가의 흔한 꽃이 의외로 화려하다

우리가 찍은 사진만 봐도 색과 형태가 꽤 다양하죠. 이 다양성은 수십 년간의 원예적 선택과 교배에서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 Picotee(피코티): 흰 바탕에 꽃잎 가장자리만 진한 분홍/자주로 테 두른 품종. 
  • Double Click 시리즈: 꽃잎이 겹겹이 포개지는 겹코스모스(반겹~만 겹) 계통 꽃이 풍성해 보이고 잘라 꽂아도 보기 좋아 절화용으로도 쓰입니다.
  • Sea Shells: 꽃잎이 관처럼 말려 들어가 튜브 모양(플루티드)으로 보이는 독특한 품종이고 또 우리가 흔히 노랑/주황 코스모스라고 부르는 건 Cosmos sulphureus(황화코스모스)라는 다른 종이예요. 같은 코스모스 속이지만 종이 달라 색계열 자체가 다릅니다. (bipinnatus는 분홍·보라·흰, sulphureus는 노랑 주황 적주황 계열)

정리하면 코스모스는 원래 있던 꽃→ 원예가들이 선택 교배를 거쳐 색 문양(테두리) 겹꽃 꽃형이 다채로워진 사례입니다.

핑크 코스모스
직접 찍은 사진

5) 그런데 왜 우리는 먹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서 흔히 보는 코스모스(C. bipinnatus, C. sulphureus)는 전통적으로 식용 문화가 정착하지 않았고 건강식 소재로도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1. 관상 가치 중심의 도입 확산
    앞서 보셨듯이 한국에선 처음부터 관상용으로 들여왔고 그 맥락이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도입 당시부터 먹거리가 아니라 경관이 우선이었습니다.
  2. 향 맛 전통 레퍼런스의 부재
    국화과 식물 중엔 국화 금잔화처럼 차(茶)나 약재로 자리 잡은 사례가 많지만 C. bipinnatus / C. sulphureus향미 민속적 활용 레퍼런스가 상대적으로 약했고 식용 안전성 영양적 장점에 대한 체계적 축적도 거의 없었어요.
  3. 중요한 보충: 코스모스 속(屬) 중엔 식용이 있다
    다만, 코스모스라는 전체로 넓히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Cosmos caudatus(일명 ulam raja, 울람 라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생채(샐러드)로 즐겨 먹는 식용 잎채소로 연구 문헌도 꽤 있어요(항산화·항당뇨 등 가능성을 탐색). 하지만 이 종은 한국에서 흔히 다루는 가을 코스모스(C. bipinnatus)와는 다른 종이며 국내 일상 식문화와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ㅋ

한국에서 ‘코스모스=먹는 꽃’이라는 맥락은 없고 (동남아의 C. caudatus 같은) 다른 종의 사례가 별도로 존재한다고 이해하시면 정확합니다.

6) 꽃말과 상징—왜 가을이면 마음이 말랑해질까

코스모스는 이름처럼 조화·순정·평화 같은 의미로 널리 받아들여집니다. 가을바람에 살랑이는 그 얇은 꽃잎과 단정한 꽃차례가 주는 인상 때문이겠지요. 이름의 어원 자체가 질서 조화를 품고 있으니 보는 이의 마음도 자연스레 가라앉히고 정리해 주는 것 같아요.

코스모스 전경
직접 찍은 사진

참고 자료

  • Kew Science, Plants of the World Online: Cosmos bipinnatus — 원산·분포 등 기초 분류 정보. Powo
  • Flora of North America: Cosmos bipinnatus — 원산(멕시코 중심), 원예·도로변 파종, 다양한 재배형 언급. floranorthamerica.org
  • 국립생태원 외래생물 정보(KIAS): 대한민국 도입시기(1949년 이전)·도입용도(관상용) 기록. kias.nie.re.kr
  • RHS(영국왕립원예학회): ‘Sensation Picotee’, ‘Double Click’, ‘Sea Shells’ 등 대표 원예 품종 설명. rhs.org.uk+2rhs.org.uk+2
  • Cosmos caudatus(울람 라자) 식용·기능성 리뷰: PMC(2015), T&F(2023). PMC+1
  • 어원: Etymonline — ‘kosmos: 질서·조화’. Etym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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